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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블랙 미러 시즌 7(BLACK MIRROR S7)

 블랙 미러는 SF 옴니버스 드라마로 시즌 1, 2는 영국 방송사에서 방영했고 그 이후 시즌은 넷플릭스에서 담당하고 있다. 블랙 미러를 처음 알게 된 건 역시 시즌 1-1 공주와 돼지. 그때 커뮤니티에 캡처 짤이 돌았고 다들 충격을 받았지...넷플에 들어온 뒤 시즌 5를 제외한 모든 시즌을 다 봤지만 1-1은 안봄ㅋㅋㅋ내용을 아는 이상 누를 수 없었다. 상상만 해도 역겨움.

 시즌 7에 역겨운 장면은 없길 바라며.

*스포있음

7-1 보통 사람들-구독형 서비스, 계급

 구독형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짜증이 솟구치고 있었는데 넷플에서 이런 걸 말아오다니. 넷플에서 나온 드라마라 느낌이 더 이상하더라고. 광고형도 있지, 가족 요금제(프리미엄)도 있지 근데 같은 집에 안 살면 추적해서 못 보게 만듦. 자기소개하세요??

 쭉 보기가 힘들어서 두어 번 멈추기도 했고 좆같은 세상을 중얼거리며 봐야 했다.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초반의 사랑 넘치고 달달한 부부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소박하지만 불편함 없이 애정 가득한 삶이었는데. 그때 그냥 보내줬으면 별꼴들을 안봐도 되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절망감을 겪었을 부부가 너무 안타깝고 모든 걸 책임지려한 남편의 마음이 안쓰러웠다. 인간의 존엄까지 버려가며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 남편 마음이 이해가 갔는데 나였어도 배우자가 의식이 없으면 구독형 서비스에 가입해서라도 조금 더 곁에 뒀을 것 같다. 너무 사랑하니까.

 

 진짜 공감되면서 짜증 났던 거는 구독형 서비스가 업그레이드 되면서 구독 옵션이 다양해지는 장면들이다. 너무 공감이 되더라고. lux 뭐냐.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떠오르는ㅋㅋ 구독형 서비스의 고질병이 기존은 가만히 두고 다른 걸 더 좋게 업그레이드 시켜야 하는데 항상 다운그레이드 시키고 등급을 하나 더 만듦 개빡침

 그리고 럭스를 한번 맛본 부인이 다시 플러스로 돌아갔을 때 상실감은 엄청났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고 닿는 그자체가 좋으며 편안하고 기쁜 것은 상상조차 힘든 일이다. 돈 있는 VIP는 계속 쓸 수 있고 돈 없는 서민은 시간 별로 잘라 쓰는것도 현실성 있었다. 광고에서 아이들이 싸워서 엄마가 스트레스 받으려고 하니까 편안함을 최고로 올리더라고ㅋㅋㅋ그런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돌보고 본인 할 일로 빠르게 돌아가겠지? 이런 서비스를 쓰지 못하는 사람은 아이를 돌보다 자기 감정 추스르고 힘이 빠진 상태에서 자기 할 일을 할 것이다.

 예전에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은 시간이랬는데 요즘엔 전혀 아니지 않은가. 부자들은 자기 계발 외에 사용해야 하는 시간을 돈을 주고 산다. 가사 노동, 육아 노동, 이동 시간 등을 말이다. 거기에서 아낀 시간을 자기 계발과 휴식에 사용하고 더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의 일부를 다시 외주를 주는데 사용한다. 돈을 쓸 수 없는 사람은 자신의 휴식 시간을 쪼개 노동을 하고 자기 계발을 한다. 당연히 전자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최근에 마인드맵 어플을 검색했는데 진짜 쓸만한 건 죄다 구독에 가격도 싸지 않았다. 그거보고 빡쳐서 그냥 안샀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구독형 서비스가 돈이 되는게 맞긴 한데 구매자 입장에서는 너무 싫어서 그냥 그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 필요한 사람만 사서 쓰겠지. 넷플릭스도 한동안 끊었다가 다른 서비스에서 제공한다길래 보고 있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도 이용하고 싶은데 구독 금액이 부담이 되어 책은 도서관을 활용하고 있다. 구독을 하지 않으면 불편한 시대가 오고 있다. 아니 야구도 구독해야 실시간으로 보는게 말이 되는 거야? 갑자기 또 짜증나네. 생명도 구독하는 시대가 허황된 것 같진 않다. 인간이 가진 부에 대한 갈망을 생각한다면...

 근데 제목이 보통 사람들이잖아. 저 부부도 보통에서 플러스로 업그레이드 했는데도 종국엔 보통도 되지 못했다. 업그레이드를 계속하며 보통의 기준이 끊임없이 높아지는 것도 보여준 것 같다. 보통으로도 살기 힘드네.

7-2 베트 누아르-학교 폭력, 평행 세계 

 베트 누아르는 프랑스어로 직역하면 검은 동물(짐승)이라는 뜻이고 특히 싫어하거나 꺼리는 사람이나 사물을 가리킬 때 사용할 수 있다.

 중반부까지는 마리아의 굉장한 과민반응으로 인한 착각 + 베리티가 컴퓨터 천재라는 것을 굳이 언급 및 자꾸 목걸이를 만지는 것이 수상해서 컴퓨터로 서버에 들어가서 미리 조작하고 그런거라고 생각했는데 씨씨티비부터는 이건 어떻게 실시간으로 조작할 수 없어서 '뭐지?' 했고 견과류 알러지 모를 때는 ?????뭘까??이건 다른 세상이네 했는데 ㄹㅇ 견과류 알러지가 없는 평행세계였다니ㅋㅋㅋ나는 정말 상상력과 추리력이 부족한듯

 일단 베리티의 행동이 이해는 된다. 애들이 나를 도와준 선생님이랑 드러운 소문 퍼트리더니 별명도 존나 미쳤음. 베리티가 걔네들 총으로 쏴죽여도 이해했을 것 같다. (반대가 됐지만.) 성장기 시절에 또래 그룹에게 받은 상처는 성인 자아에도 충분히 영향을 미치고 상처를 치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근데 그렇게 하기엔 분이 안풀렸겠지? 가해자도 미친놈 취급 받고 고립되는 마음을 겪어야 시원했을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숭배 받고, 우주를 가고, 유명인이 되었어도 메꿔지지 않은 것이 본래 세계의 또래에게 받은 엄청난 상처다. 그런 의미에서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근데 한번 더 변주를 준게 블랙 미러 같다는 생각. 베리티가 그랬듯 마리아도 어떤 평행세계를 가던지 내가 원래 있었다고 생각되는 세계에서의 경험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잠깐이지만 고립되었던 순간을 말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는 수많은 평행 세계의 다양하고 자연스러운 나를 보여주는데 여기의 평행 세계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조작된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앞부분을 봤는데 모자에 바니스라고 되어있음ㅋㅋ내가 마리아면 진짜 미치고 홧병 났을 것 같다.

 

7-3 레버리 호텔-가상 현실, 고전과 현대, AI와 사랑

 영화 속 인물이 자아를 가질 수도 있다는 것 빼고는 저런 기술이 실제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세트와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올 수 있는게 큰 장점이고 지금은 만날 수 없는 배우의 다른 모습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시간 17분이라는 긴 시간이 장벽이긴 한데 결말이 마음에 들고 엠마 코린의 분위기가 고전에 잘 맞아서 괜찮게 보았다. 

 브랜디는 도로시가 복원된 디지털 인간이라는 것도 알고 자아 없이 대본대로 연기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나의 인격으로 보기 시작한다. 촉감과 체온까지 복원해낸 가상 현실 공간에서 말이다. 오랜 시간동안 멈춘 공간에서 둘만 움직이니까 더욱 빠르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을 것 같고 그것은 엄청난 사랑의 감정으로 변한다. (처음부터 도로시 영상을 찾아보고 관심을 가지긴 함) 근데 본질적인, 흔히 우리가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도로시는 죽었는데 재탄생 시킨 디지털 데이터를 인간이라고 보는 것일까? 마지막에 브랜디와 계속 통화를 하며 추억을 쌓아 나갈 도로시는 뭐라고 봐야하는것일까? 걔도 자아가 있는 건가? 결국 브랜디는 AI와 사랑을 계속 이어가는건가?

 

 현실이란 게 도대체 뭔지 헷갈렸다. 약간 트루먼쇼 느낌?? 지금 내가 믿고 있는 현실도 어떻게 보면 가짜가 아닐까???ㅋㅋㅋㅋ이런 거 의심하는 순간 정신병이 시작이 되겠죠? 인간의 믿음은 어디서 생기는 걸까? 현실이랑 비슷하게 구성해주면 다들 착각할 것 같다. 예를 들어 VR 기기를 착용하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걸 할 때, VR 기기 밖의 나의 몸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지만 가상 현실 속 시청각에 사로잡힌 뇌에서 위험을 감지하기 때문에 소리를 지르면서 주저 앉지 않는가? 인간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7-4 장난감

핵심 단어: 디지털 생명체, 환각, 진보된 인간

 스롱이라는 디지털 생명체가 있는데 지각이 있는 생명체다. 인간 개조를 위해 개발되었다. 인간은 갈등, 분쟁이라는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데 스롱이 그런 부분을 제어하거나 없애서 진보할 수 있도록 한다. 인간이 컨트롤 할 수 없고 자기들끼리 번식하고 성장하는 생명체. 얘네가 카메론을 만나서 엄청난 번식 및 업그레이드를 거친 후 소리를 통해 인간의 몸으로 들어가 개조 시킨다.

 하필 전 에피를 보고 디지털로 복원된 인간을 인간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했는데, 여기서는 컴퓨터 안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를 보고 생명체라고 한다. 단지 디지털로 되어있어서 그러한 기기를 통해 보아야 할 뿐. 인간은 땅에서 공기를 마시며 존재하는 생명체인거고 스롱은 뭘 먹고 사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디지털 세계에 존재하는 생명체인 것이다. 외계인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간이 만들었지만 제어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엄청나게 발전된 AI도 생각났다.

 재미있었던 장면은 카메론이 마지막에 그림을 그려서 씨씨티비에 비춰주는 부분이다. 스롱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말로는 하지 못하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데 뭐지 싶었다. 그림을 그린 후 씨씨티비에 비추고, 씨씨티비가 그림(코드)을 읽으면서 모든 전자기기에서 특정한 소리를 발생시킨다. 소리를 매개로 스롱은 인간의 몸에 들어가고 인간이 업그레이드가 되는 것이다. 이거 딱 큐알코드잖아. 큐알코드는 눈으로 보면 그냥 구불구불한 미로 그림 같은데 전자기기로 읽으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그리고 소리를 매개로 인간의 몸으로 들어간다는 생각도 좋았다.

 장난감 에피에서 말하는 갈등과 분쟁은 전쟁이나 폭력성을 말하는 것 같다. 개인의 자아 갈등은 아닌 것 같고. 인간이 정말 진보한 생명체로 가려면 지금은 전쟁과 폭력을 줄여야 할 때라는 것에 공감한다.

 *넷플릭스에서 스롱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게 게임을 냈다. 게임도 해보시길ㅋㅋ

7-5 율로지-회상, 오류, 후회

 다보고 딱 떠오른 영화가 있었는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이거 보면 진짜 생각남. 기억이란게 얼마나 편향적이고 자기방어적인지 알려주는 영화다. 

 율로지는 유족이 몰입형 추도식을 올리도록 도와주는 회사인데 생전 고인의 모습을 아는 사람들에게 기억을 받아 추도식에서 영상으로 보여주는 일을 한다. 이건 진짜 누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나는 모르는 부모님의 젊은 시절을 영상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게 정말 부러웠다. 물론 이 드라마에서는 필립이 당시 상황을 자기 좋을대로 기억하고 있는 모습 때문에 캐럴의 딸이 꾸짖으면섴ㅋㅋ원래를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만...

 

 사진에 들어가서 그때를 하나하나 회상하면서 자신의 기억을 바로 잡고 끝내 봉인해두었던 테이프를 틀어 캐럴의 얼굴을 기억해내는 필립을 보며 양가 감정이 들었다.

 일단 찌질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본인이 받은 상처만 어마무시해서 3년이나 사귄 연인의 얼굴을 죄다 지운게 찌질하면서 소름돋는 포인트였다. 아니 니가 먼저 바람 피웠잖아. 니 바람은 바람도 아니냐. 그냥 사진을 버리지 얼굴만 낙서하고 파내고 지졌으면서 그걸 또 왜 가지고 있냐고. 이후 회복까지 15년이 걸린 걸 보면 완전 필립에게 캐럴의 존재는 애증 그자체라고 느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 사랑했는데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할까? 얼굴을 파내면서 기억에서 확실히 파냈구나를 느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지팔지꼰이다.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혼자서 내가 프러포즈를 준비했는데 니가 왜!!! 나를 무시하고 그냥 가!! 여기에 빠져서 호텔 방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직원이 챙겨놓은 짐을 고대로 짐가방에 싹 넣어서 몇 십년을 넘게 보지도 않는 지독한 회피. 그 결과 캐럴의 진심이 담긴 편지를 그녀가 죽고 나서 읽으며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편지를 읽었어도 캐럴과 잘 됐을까는 모르겠다. 그래도 엄청난 오해는 바로잡고 둘 다 편안하게 새로운 시작을 했을 것이다. 특히 필립은 잃어버린 15년이 아닌가? 갑자기 스롱이 생각나면서 인간의 충동적인 면, 특히 남성의 욱하는 성질은 고쳐지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인간은 수많은 충동 범죄 및 후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필립은 캐럴이 연주한 자작곡 '필리에게' 테이프를 서랍 맨 윗칸에 넣어두고 그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캐럴의 편지를 읽고 그것을 꺼내든다. 진작 꺼내지 그러셨어요. 상처가 너무 커서 캐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던 것 같다.

 사진 속으로 들어가는 서정적 연출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어줬고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나오는 캐럴의 행복한 얼굴이 감동을 준다. 필립이 자신의 기억을 바로잡고 진실을 마주하면서 과거의 캐롤(사실 자신의 기억)과 화해를 한다. 추도식에서 울려퍼지는 캐롤의 자작곡, 그 곡을 연주하는 캐롤 딸의 모습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모두가 감정을 내려놓고 캐롤을 추모하며 기리는 모습이 좋았다.

 그리고 블랙 미러에서 관자놀이에 붙이는 단추가 안나오면 섭섭할 지경이네. 레버리 호텔에서도 붙이더니 여기서도. 

 

7-6 USS 칼리스터: 인피니티 속으로-우주, 게임, 후속편

 시즌 4에 나온 USS 칼리스터 후속편이다. 지난 이야기를 초반에 깔아주는데 생각이 안나서 결국 전편도 다시 보고 후속편도 보았다. 내용도 알차고 나름 블랙 미러다운 결말도 뽑아내서 재밌었다. 

 마지막은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인사이드 아웃>인데 그것이 참 껄끄러운ㅋㅋㅋ

 

좋았던 순서

보통 사람들>레버리 호텔>율로지>베트 누아르, 장난감> USS 칼리스터: 인피니티 속으로

 

근데 다 평타이상. USS 칼리스터는 타인이랑 같이 봤는데 블랙 미러 처음 보는데도 재미있었다고 함.